♠에세이 필사 2일차 오직 현재 ‘여행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은 작가라면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나는 거의 없다. 영감이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의 모국어로, 주로 집에 누워 있을 때 왔다. ‘작가라 좋으시겠어요. 세계 어디에서도 쓸 수 있잖아요?’ 같은 말도 자주 듣는다.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쓸 수는 있다. 『검은 꽃』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앞부분을 썼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뉴욕에서 시작해 거기서 끝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나는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했고, 때로 한곳에서 몇 년 동안 머물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낸 스무 권이 넘는 책들 중에서 단 두 권만이 모국어로의 영토 밖에서 쓰였다. 심지어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