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천희란) - 8 【해설】 짧은 후주들 - 신예슬 찰나의 적막이 흐르고, 연주자가 피아노에서 손과 발을 거두는 순간 박수가 침묵을 뒤덮는다. 무언가를 재빨리 부수는 그 쨍한 파열음을 원망할 틈도 없이 기쁨의 탄성이 연이어 울려 퍼진다. - p.121 음악 이후 “생생한 연주의 현장은 바로 그 상실의 과정을 목격하는 장소”(p.112)라고 말하는 천희란의 글에는 짙은 상실감이 배어 있다. 듣는 저의 눈으로 볼 때『자동 피아노』에 쓰인 문장들은 음악의 흐름을 시시각각 쫓지도,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 p.122 “나는 여기에 혼자 있다.”(p.9) 이제는 고요해진 그곳에 발 딛고 서 있는 이는 어둠과 침묵 속을 더듬거리며 그 공간의 크기와 온도를, 풍경과 소리를, 빛과 어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