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詩) 뜨락 : 권할 수 없는 기쁨 - 김이듬
내 친구는 스피드광
오토바이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
그런 그가 사고를 당했다
지리산을 한 바퀴 돌아 나한테 놀러 오겠다더니
자동차를 들이받아 오토바이는 박살났지만
자기 몸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며 껄껄 웃는다
하늘로 붕 날아오르는데 그물 같은 게 받쳐주는 것 같았다며
타고난 바이커란다
전화 끊고 저수지 주변을 서성거린다
수위를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열렬히
그런 건 없을까 피로 물든 바위틈
고원의 당나귀든 상인의 낙타든 모래알에 이르도록 걸으리
묵직하게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검은 얼음판 위에 앉아 있던 새
날개가 있는 슬픔
퇴화한 다리 아래
높은 곳으로 떨어져 죽어가는 예감
날 수 있어서
날아야 하니까
버려지지 않는 능력 때문에
- 시집『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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