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김영하) - 9 ♣에세이 필사 8일차 노바디의 여행 돌아보면 내 인생은 온갖 중독과의 싸움이었다. 십오 년을 피우던 담배를 끊는 데 겨우 성공한 것은 서른세 살 때였다. 그전까진 침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골초였다. 『빛의 제국』을 쓰던 2006년 무렵에는 매일 밤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그래야 잠이 들었다. 이 버릇을 고치는 데에도 또 몇 년이 걸렸다. 컴퓨터 게임들에도 쉽게 중독되었다. 이십대에는 중국의 고전 『삼국지』를 기반으로 만든 롤플레잉게임 ‘삼국지’에, 몇 년 후에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심즈’,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도 빠졌다. 청소년기에는 만화책이나 무협지에 과몰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중독과 싸우면서도 나는 1996년부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