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놓은 스타킹 - 나희덕 벗어놓은 스타킹 - 나희덕 지치도록 달려온 갈색 암말이 여기 쓰러져 있다 더 이상 흘러가지 않을 것처럼 生의 얼굴은 촘촘한 그물 같아서 조그만 까그러기에도 올이 주르르 풀려나가고 무릎과 엉덩이 부분은 이미 늘어져 있다 몸이 끌고 다니다가 벗어놓은 욕망의 껍데기는 아직 몸의 굴.. 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2020.01.11
귀뚜라미 - 나희덕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 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2019.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