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2

목격자 - 서효인

목격자 - 서효인 우아하게 휘어지는 도로, 달아난 차는 뒤가 없고 사내는 김샌 음료처럼 흘렀다 마지막 탄산이 터지고 곧 증발할 사내의 소금기가 마지막 찐득한 주문을 외자 그의 곳곳에서 새로운 다리가 생겨났다 오늘은 일하기가 싫다 깨진 머리는 소소한 기억이 뭉쳐 되게 짰다 마지막 장면을 망망히 담던 눈도 전에 없이 튀어나왔다 오징어회가 입천장에 붙듯 염치없이 도로가 편안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흡반이 늘어났다 생 처음, 게으르게 그는 누워 있고 차들은 한 대 두 대 그를 비켜 갔고 바다는 느긋하게 고래를 담고 곰치를 담고 청새치를 담고 오징어를 담고 불이 밝았다 불빛을 쫓는 사내의 다리가 질척일 때, 연골과 두골에 쌩, 바큇자국이 나고 오징어 몸통처럼 쌔앵, 가늘게 찢어지는 그의 생 빛을 따르는 오징어가 그..

자화상 - 윤동주

10)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유고시집 중 전문 === 고향집에 어릴적 우물가에서 놀던 추억이 떠올라네요. 다시 한번 보고 싶지만 지금은 지하수로 사용하고 있어서 우물을 볼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