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판을 거닐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 시인 허형만 (1945~Present)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
시詩 <겨울 들판을 거닐며> 中에서
2017년 12월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게시
===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겨울 들판 땅속에
봄에 자랄 새싹이 겨울을 이기고,
곤충과 동물들이 숨어 있는 곳.
수많은 생명체들이 겨울 들판에서
희망을 가지고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추운 겨울은 힘들고 어렵지만, 땅속의 새싹을 생각하며
힘들고 어렵지만 작고 소소한 행복을 위해 작은 희망을 품고 오늘도 걸어 간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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