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감 성 여 행

물안개

물빛향기 2020. 3. 21. 20:41

물안개

 

    비가 온 다음날 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금강자전거길을 달린다. 바닥은 전날 비가 와서 젖어 있고, 날씨는 맑고 화창하고 아침부터 무덥다.

    금강 자전거길 출발점인 대청댐을 향하여 금강변을 따라 신나게 달린다. 그런데 강물은 온천물 수증기처럼 흘러가는 물안개가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간다. 바람 없는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금강변에 내려앉았다가 산허리를 휘돌아 번져 나간다. 물안개로 인하여 무릉도원에 들어온 착각을 하게 되는 여름날의 아침이다.

    늙어가는 내 초로의 여름날에 자전거를 타고 금강변의 물안개를 보며 달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다. 물안개는 동트는 아침하늘에 자꾸 사라진다. 이루어 놓은 것 없이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힘닿는데 까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릴 것이다. 자전거길과 물 위의 길이 이어져 금강자전거길에서 행복에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