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우물 - 김진래

물빛향기 2020. 4. 6. 16:14

우물            - 김진래

 

우물가에서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고개를 떨구어

우물 안을 들려다 본다.

푸른 하늘에 얼굴이

두둥실 떠 있네.

 

타래박을 던진다.

얼굴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흩어져 나가고

푸른 하늘도 흩어져

퍼져 나간다. 

 

한달음으로 우물가까지 와서 터질 것 같은 숨을 한꺼번에 토해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이 없었다. 고개를 떨구어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푸른 하늘에 얼굴이 둥실 떠 있었다. 길상은 타래박을 풍덩 던진다. 얼굴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푸른 하늘도 주굴주굴 구겨졌다.”

       ---  (토지 11p.350 / 마로니에북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