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이 난 좋다 - 공석진
흐린 날이 난 좋다
옛사랑이 생각나서 좋고
외로움이 위로받아서 좋고
목마른 세상
폭우의 반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난 좋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고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고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
눅눅한 여유로움이 난 좋다
치열한 세상살이
여유를 갖게 해서 좋고
가난한 자 마음 한 켠
카타르시스가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외로워하며
누군가에 기대어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제공해 줘서
흐린 날이 난 좋다
- 시창작법<글이 시가 되는 길>(청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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