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시(詩) 뜨락

흐린 날이 난 좋다 - 공석진

물빛향기 2021. 1. 31. 18:26

흐린 날이 난 좋다        - 공석진

 

흐린 날이 난 좋다

옛사랑이 생각나서 좋고

외로움이 위로받아서 좋고

목마른 세상

폭우의 반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난 좋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고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고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

눅눅한 여유로움이 난 좋다

 

치열한 세상살이

여유를 갖게 해서 좋고

가난한 자 마음 한 켠

카타르시스가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외로워하며

누군가에 기대어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제공해 줘서

흐린 날이 난 좋다

 

- 시창작법<글이 시가 되는 길>(청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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