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2

바다횟집 - 김경주

50) 바다횟집 - 김경주 그 집은 바다를 분양 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놓고 일 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꼭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들러 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받는다 - 시선집(오광수, 사과나무, 2004) === 2018년 여름 휴가 때, 대구 ~ 부산 낙동강하구둑까지..

외계 - 김경주

18) 외계(外界) -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위해 눈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시집 (램덤하우스 중앙, 2006) === 시인의 아픈 마음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 한 것이 너무 아름답고, 한 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각자의 삶 속에서 인생의 절벽을 오르고, 그 곳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