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외계 - 김경주

물빛향기 2019. 11. 16. 22:35

18) 외계(外界)               -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위해

눈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램덤하우스 중앙, 2006)

 

 

===  시인의 아픈 마음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 한 것이 너무 아름답고,

한 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각자의 삶 속에서 인생의 절벽을 오르고,

그 곳에서 각자의 인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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