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외계(外界) -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위해
눈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램덤하우스 중앙, 2006)
=== 시인의 아픈 마음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 한 것이 너무 아름답고,
한 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각자의 삶 속에서 인생의 절벽을 오르고,
그 곳에서 각자의 인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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