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너무 아픈 사랑 -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 시집<상처적 체질>(문학과 지성사,2010)
연상의 여인
- 김진래
술 한 잔에
만나던 그 여인
서로가 좋아서
사랑을 나누었네.
둘이는,
행복을 추구하며,
미래를 설계하며,
행복한 나날이었다네.
그러던 어느날,
불행한 일이 닺쳐
이별의 슬픔을 맛보며
헤어지고 말았네.
서로 외로움을 감추고
이별의 노래를 불러야만 했네.
그처럼 사랑했던
연상의 여인.
이젠 꿈 속에서만
그녀를 만나
사랑을 나누어야 하네.
1989년 3월 6일
창원시 안민동 골방에서,,,
류근 시인의 '너무 아픈 사랑'을 필사하면서
연상의 여인을 좋아했던 생각나서 써 놓았던 시와 너무나 대조적이지만,
사랑의 아픔이 생각나서 이곳에 옮겨 놓는다.
'삶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의 아픔을
겪고 온 세월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고,
사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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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 양현경 노래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고 지나가면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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