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흙 -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흙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흙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집 <양귀비 꽃 머리에 꽂고>(민음사, 2004)
=== 『흙,,,』
어머니의 품 속과 같은 흙.
어린 시절에는 흙과 함께 놀고 했지만, 요즘은 흙을 밝고 살기가 힘들다.
흙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어머니 품 속과 같다.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고,
그리고 부족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주는 어머니.
또 흙은
어머니의 마음과 같아서 품어주시고,
자식들을 편안하게 거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흙과 같은 어머니 품 속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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