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뱃속이 환한 사람 - 박노해

물빛향기 2019. 11. 25. 22:55

뱃속이 환한 사람                     -  박노해


내가 널 좋아하는 까닭은

눈빛이 맑아서만은 아니야


네 뱃속에는 늘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게 보이기 때문이야


흰 뱃속에서 우러나온


네 생각이 참 맑아서

네 분노가 참 순수해서

네 생활이 참 간소해서

욕심마저 참 아름다운 욕심이어서


내 속에 숨은 것들이 그만 부끄러워지는

환한 뱃속이 늘 흰 구름인 사람아


   -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느린걸음, 2015, 초판은 1997)


=== 자연과 함께한 하루였다.

내 뱃속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지 몰라도,

내 속에 숨은 것들이 아름답게 표현 될 수 있을까?


시 필사의 기쁨

                             -  김진래


시 필사를 좋아하는 까닭은

시가 단순히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야


시 필사를 하므로 숨은 감성이

송글송글 묻어 나오는 것을 보기 때문이야


투박한 손 끝에 묻어나온


시(詩)을 읽을 때, 맑고 깨끗해서

시(詩)에 아픔을 표현해서

시(詩)가 마음에 감동을 주어서

낭독하는 그 목소리가 아름답다


내 속에 숨은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 될까?

밟은 시(詩) 필사로 인해,

오늘 하루도 한편의 시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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