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2

참회록 - 윤동주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ㅡ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는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ㅡ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 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거울 ㅡ 거울을 통해 나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나의 부끄러움을 외면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갈고 닦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자.

자화상 - 윤동주

10)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유고시집 중 전문 === 고향집에 어릴적 우물가에서 놀던 추억이 떠올라네요. 다시 한번 보고 싶지만 지금은 지하수로 사용하고 있어서 우물을 볼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