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ㅡ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는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ㅡ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 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거울 ㅡ 거울을 통해 나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나의 부끄러움을 외면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갈고 닦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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