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호랑나비돛배 - 고진하

물빛향기 2019. 12. 15. 21:17

40) 호랑나비돛배         -  고진하

 

홀로 산길을 오르다 보니,

가파른 목조계단 위에

호랑나비 날개 한 짝 떨어져 있다.

문득

개미 한 마리 나타나

뻘뻘 기어오더니

호랑나비 날개를 턱, 입에 문다

그리고 나서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호랑나비 날개를 번쩍 쳐드는데

어쭈,

날개는 근사한 돛이다.

(암, 날개는 돛이고 말고!)

바람 한 점 없는데

바람을 받는 돛배처럼

기우뚱

기우뚱대며

산길을 따라 가볍게 떠가고 있었다

개미를 태운

호랑나비돛배!

 

   - 시집<수탉>(민음사, 2005)

 

 

===  호랑나비돛배처럼,

바람을 맞는 돛배처럼,

지금까지 이렇게 즐겁게 시를 매일 접하기는 처음이었다.

또 이런 기회가 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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