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여백 - 도종환

물빛향기 2019. 12. 13. 23:05

여백                   -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시집<슬픔의 뿌리>(실천문학, 2002)


===  조금씩 덜어내어 가슴 속

여백을 만들자!

그 여백을 가족에게,

이웃에게,

세상에게,

내밀어 보자!

여백이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것처럼, 여백이 있는 곳을 만들자.


여백은 여유와 비슷하지 안을까요?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여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서 잠깐의 쉼을 선물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조금씩 덜어내는 삶은 나의 물질과 시귐과 말과 생각을 조금씩 덜어내며,

사들이지 말고 내다 버리며 살자.

또한, 가슴 속 여백을 만들기 위해서,

차 향처럼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여유(여백)있는 사람,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향기가 나는 여유(여백)있는 사람이 되자!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랑나비돛배 - 고진하  (0) 2019.12.15
이력서 - 오은  (0) 2019.12.14
병상일기 - 이해인  (0) 2019.12.12
눈썹 - 박준  (0) 2019.12.11
토닥토닥 - 김재진  (0) 2019.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