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눈썹 - 박준

물빛향기 2019. 12. 11. 21:04

눈썹          -  박준


엄마는 한 동안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다녔다


빛이 잘 안드는 날에도

이마까지 수건으로

꽁꽁 싸매었다


봄날 아침

일찍 수색에 나가

목욕도 오래 하고


화교 주방장이

새로왔다는 반점에서

우동을 한 그릇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

눈썹 문신을 한 것이 탈이었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엄마가 이마에 지리산을 그리고 왔다며

밥상을 엎으셨다


어린 누나와 내가

노루처럼

방방 뛰어 다녔다


    -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  남편은 아내의 눈썹 하나 바뀐 모습을 보고,

밥상을 엎어 버리는 행동을 지켜 본 남매는 노루처럼 방방 뛰어 다니는 그들은 집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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