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詩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시집<남해금산>(문학과 지성사,1986)
===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그리움의 길목에서 어두움은 찾아오고 그리운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늦고 헐한 저녁이 찾아오고, 나는 정처 없이,
사방에서 그대의 목소리로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보이지 않는 당신
- 김진래
초 겨울 추위 속에
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는데
늦고 헐한 저녁이 찾아온다.
낯선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는
몹시 춥고, 바닥은 미끄럽다.
사랑하는 사람이 맞은편 골목에서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없이 걷는다.
옷깃을 여미며 다시 골목을 본다.
문득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정처없이 걷는다.
어두움이 내리는 길에서
새소리에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몸 뒤트는 풀밭에서,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을 춘다.
정처없이 정처없이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이성복 시인의 '서시'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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