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 문태준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 시집<그늘의 발달>(문학과 지성사, 2008)
===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은?
하고 싶은 말을 감추고 있는
사람의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나는 미루어 놓은 말은 없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미루어 놓은 채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시.
다음에는 없을 수 있으니,
좋은 말은 빨리빨리 입밖으로 표현하며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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