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물빛향기 2019. 12. 3. 21:47

3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사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시전집<백석시전집>(창비, 1987)

 

 

===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더 없이 충만한 기쁨과 낭만이 가득하고,

시인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듯 하나

시인이 이 시를 쓸 때의 셀렘 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았네요,

시인은 자야가 함께 함흥으로 가줄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아내를 사랑하고 오늘은 비가 내리네. 

아내를 사랑하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홀로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아내와 나는 비 내리는 어느날 버스를 타고 산골로 가자 뱁새우는 깊은 산골로 가 오막살이에 살자

 

비 내리고 낙엽 흩날리고 나는 아내를 생각하며

아내는 내게로 다가온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요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힘들지 않으나 도시의 삶에 젖어 있어서 견딜 수 있을까?

 

비 내리고 낙엽이 흩날리고

사랑하는 아내는 나를 사랑하고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산골에 가서 살자.

새들이 우는 산골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