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물빛향기 2019. 12. 6. 21:41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르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생의 제자다


   - 시집<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창비, 2017)


===  이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를 이끌어 주지 않는 것은 없다.

시의 마지막 연에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다.'는 시어를 보니,

그래도 중·고교 때 나무 몇 그루 심어 본 기억이 난다. 

그땐 학교에서 시켜서 했지만, 스스로 심어 본 기억은 없다. 

기회가 되면 심어보고 싶다.


자연은 나의 스승이다.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폭풍을 견디는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살아있는 작은 것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으며,

좀 더 겸손하고 경이로움을 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