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르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생의 제자다
- 시집<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창비, 2017)
=== 이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를 이끌어 주지 않는 것은 없다.
시의 마지막 연에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다.'는 시어를 보니,
그래도 중·고교 때 나무 몇 그루 심어 본 기억이 난다.
그땐 학교에서 시켜서 했지만, 스스로 심어 본 기억은 없다.
기회가 되면 심어보고 싶다.
자연은 나의 스승이다.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폭풍을 견디는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살아있는 작은 것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으며,
좀 더 겸손하고 경이로움을 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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