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사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시전집<백석시전집>(창비, 1987)
===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더 없이 충만한 기쁨과 낭만이 가득하고,
시인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듯 하나
시인이 이 시를 쓸 때의 셀렘 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았네요,
시인은 자야가 함께 함흥으로 가줄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아내를 사랑하고 오늘은 비가 내리네.
아내를 사랑하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홀로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아내와 나는 비 내리는 어느날 버스를 타고 산골로 가자 뱁새우는 깊은 산골로 가 오막살이에 살자
비 내리고 낙엽 흩날리고 나는 아내를 생각하며
아내는 내게로 다가온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요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힘들지 않으나 도시의 삶에 젖어 있어서 견딜 수 있을까?
비 내리고 낙엽이 흩날리고
사랑하는 아내는 나를 사랑하고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산골에 가서 살자.
새들이 우는 산골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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