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 이해인
아플 땐 누구라도 외로운 섬이 되지
하루 종일 누워 지내면
문득 그리워지는 일상의 바쁜 걸음
무작정 부럽기만 한 이웃의 웃음소리
가벼운 위로의 말은 가벼운 수초처럼 뜰 뿐
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해도
그래도 듣고 싶어지네
남들 보기엔 별것 아닌 아픔이어도
삶보다는 죽음을 더 가까이 느껴보며
혼자 누워 있는 외딴 섬
무너지진 말아야지
아픔이 주는 쓸쓸함을
홀로 견디며 노래할 수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삶을 껴안는 너그러움과
겸허한 사랑을 배우리
- 시집<희망은 깨어있네>(마음산책, 2010)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때론 홀로 외로이 섬에 갇힌 삶이 찾아올 때,
또는 육신의 아픔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올지라도,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서야 한다.
사람들과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이 섬 같은 공간,
그 외로움과 아픔을 견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는
가족이 겪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더 힘든게 아닐까 한다.
"위로의 말은 수초처럼 뜨지만, 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해도 그래도 듣고 싶어지네"에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외딴 섬처럼 외롭고, 쓸쓸함을 홀로 견디며
노래하는 삶에 애착을 가지며 사랑을 느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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