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병상일기 - 이해인

물빛향기 2019. 12. 12. 22:05

병상일기                   -  이해인


아플 땐 누구라도 외로운 섬이 되지

하루 종일 누워 지내면

문득 그리워지는 일상의 바쁜 걸음

무작정 부럽기만 한 이웃의 웃음소리

가벼운 위로의 말은 가벼운 수초처럼 뜰 뿐

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해도

그래도 듣고 싶어지네

남들 보기엔 별것 아닌 아픔이어도

삶보다는 죽음을 더 가까이 느껴보며

혼자 누워 있는 외딴 섬

무너지진 말아야지

아픔이 주는 쓸쓸함을

홀로 견디며 노래할 수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삶을 껴안는 너그러움과

겸허한 사랑을 배우리


   - 시집<희망은 깨어있네>(마음산책, 2010)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때론 홀로 외로이 섬에 갇힌 삶이 찾아올 때,

또는 육신의 아픔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올지라도,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서야 한다.


사람들과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이 섬 같은 공간,

그 외로움과 아픔을 견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는

가족이 겪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더 힘든게 아닐까 한다.

"위로의 말은 수초처럼 뜨지만, 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해도 그래도 듣고 싶어지네"에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외딴 섬처럼 외롭고, 쓸쓸함을 홀로 견디며

노래하는 삶에 애착을 가지며 사랑을 느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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