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호랑나비돛배 - 고진하
홀로 산길을 오르다 보니,
가파른 목조계단 위에
호랑나비 날개 한 짝 떨어져 있다.
문득
개미 한 마리 나타나
뻘뻘 기어오더니
호랑나비 날개를 턱, 입에 문다
그리고 나서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호랑나비 날개를 번쩍 쳐드는데
어쭈,
날개는 근사한 돛이다.
(암, 날개는 돛이고 말고!)
바람 한 점 없는데
바람을 받는 돛배처럼
기우뚱
기우뚱대며
산길을 따라 가볍게 떠가고 있었다
개미를 태운
호랑나비돛배!
- 시집<수탉>(민음사, 2005)
=== 호랑나비돛배처럼,
바람을 맞는 돛배처럼,
지금까지 이렇게 즐겁게 시를 매일 접하기는 처음이었다.
또 이런 기회가 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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