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 비평사, 1994)
=== 지금은 추워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그 정겨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듣던 가을밤.
모든 소리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고,
또 그 소리를 통해 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기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무엇을 의미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귀뚜라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귀뚜라미 울음 소리에 한 번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0) | 2019.12.02 |
---|---|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0) | 2019.12.01 |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0) | 2019.11.28 |
전주 - 황인찬 (0) | 2019.11.27 |
뱃속이 환한 사람 - 박노해 (0) | 2019.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