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귀뚜라미 - 나희덕

물빛향기 2019. 11. 30. 21:41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 비평사, 1994)


=== 지금은 추워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그 정겨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듣던 가을밤.


모든 소리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고,

또 그 소리를 통해 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기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무엇을 의미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귀뚜라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귀뚜라미 울음 소리에 한 번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슨 의미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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