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무말랭이 - 안도현

물빛향기 2019. 12. 22. 21:47

45) 무말랭이                          -  안도현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입에 넣어 씹어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片片)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썽글썽 울었다

 

   -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

 

 

=== 가을 무를 밭에서 뽑아서, 쓱쓱 깎아서 먹어 보기도하고,

저장하기도 하고, 김장할 때 속으로 사용하기 위해,

채를 썰기도 하고, 무성채를 만들기도 하고, 깍두기 김치도 만들고,

무를 썰어 햇빛에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드는 어머니를 도와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또한 이제는 아버지, 어머니가 한해가 다르게 말라가는 모습이 딱,

이 시와 비슷하네요.  안타깝고 애처로워, 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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