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성탄제 - 김종길

물빛향기 2019. 12. 25. 20:28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 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시집 『성탄제』(삼애사, 1969)




===  성탄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청년 시절에 성탄 전야 오후부터

성탄절 하루 종일 하얀 눈이 내린 그 시절이 생각난다.

성탄절 이렇게 눈이 온적은 그때 분이다.

친구들과 함께 하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

하얀 눈속을 거닐때의 추억이 생각난다.


모든 분들 행복한 성탄되시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0) 2020.01.01
봄날 - 이문재  (0) 2019.12.31
나는 기쁘다 - 천양희  (0) 2019.12.23
무말랭이 - 안도현  (0) 2019.12.22
날마다 설날 - 김이듬  (0) 201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