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나는 기쁘다 - 천양희

물빛향기 2019. 12. 23. 19:33

나는 기쁘다                   -  천양희


바람곁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와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를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 시집<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 지성사, 2017)    


===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나는 기쁘고 행복하다.

                            -  김진래


바람에 나뭇잎이 날릴 때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일때

나뭇잎마다 알룩달룩 변해갈 때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걷기할 때

지하철을 탔는데, 자리가 바로 날 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 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생각하는 자유가 있을 때

마음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므로

나는 기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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