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물빛향기 2020. 2. 9. 21:58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 이문재 시집<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 끝 시작 봄 여름 가을 겨울

태어남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인데,

어느 시점에 있든지, 하루 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열매을 맺어가야 한다.


어떤 경우    -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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