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에세이필사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 임홍빈) - 3

물빛향기 2020. 3. 7. 21:53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 임홍빈) - 3


제2장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
2005년 8월 14일 하와이 주 카우아이 섬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다.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 그날,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었다. 진구 구장은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있어서, 나는 그 당시부터 꽤 열성적인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이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 그 무렵 진구 구장의 외야에는 벤치 시트가 없이, 경사면에 그저 잔디가 깔려 있을 뿐이었다. 그 잔디 위에 누워서,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며,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관객은 –늘 그렇듯이- 많지는 않았다. 야쿠르트는 시즌 개막 경기의 상대로 히로시마 카프를 홈구장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투수는 야스다로 기억하고 있다. 작은 몸집의 땅딸막한 투수로, 아주 치기 힘든 변화구를 던진다. 야스다는 1회 초 히로시마 타선을 무실점으로 간단히 막아냈다. 그리고 1회 말 선두 투자인 데이브 힐튼(미국에서 막 건너온 새 얼굴의 외야수였다)이 좌측 방향으로 안타를 쳤다. 배트가 강속구를 정확히 맞추어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힐튼은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돌아서 여유 있게 2루를 밟았다. 내가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다. 맑게 갠 하늘과 이제 막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새 잔디의 감촉과 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조용히 춤추듯 내려왔는데, 나는 그것을 확실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p.53)



■ 문장 분석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 며 작가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부분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다.’ 그만큼 이 순간은 하루키에게는 중요한 순간이며 잊지 못할 날이었을 것입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을 최대한 집중해서 서사한 부분입니다.
-1978/4/1일 PM 1:30분 진구 구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시간 순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묘사- ‘그 무렵 진구 구장의 외야에는 벤치 시트가 없이, 경사면에 그저 잔디가 깔려 있을 뿐이었다.’
-날씨 묘사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
-자신 묘사 ‘그 잔디 위에 누워서,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며,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투수 묘사 ‘작은 몸집의 땅딸막한 투수로, 아주 치기 힘든 변화구를 던진다.’
-소리 묘사 ‘맑게 갠 하늘과 이제 막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새 잔디의 감촉과 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처럼 무언가 마음을 먹었던 당시의 상황을 써도 좋겠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 이런 복합적인 요소(공간, 사건, 인물, 감각 등)를 교차하면서 써보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2일차 필사문 올립니다. 사진은 하와이 주 카우아이 섬 위치입니다. 작가가 머물면서 글을 썼던 곳입니다. 참고하세요. 목차 사진도 함께 올립니다. 하루에 한 챕터에서 발췌해 필사할 예정입니다. 혹시 책이 있으신 샘들은 해당 챕터를 함께 읽기 진행하셔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세요.


● 00 쌤 ㅡ
신의 멘탈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에세이 필사' 수업이 생각나는 글이라서 공유합니다.

p136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손가락은 1만 종류나 되는 동작을 한다. 따라서 뇌도 1만 종류의 동작에 대응하며 뇌에 가해지는 자극이 키보드를 사용할 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 뇌의 수많은 부분이 자극을 받아 '이건 중요한 정보구나'라고 인식하며, 이것이 목표 달성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

(목표를 종이에 적고 계속 잊지 않은 사람들이 성공을 이룬다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