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말과 별 - 신경림

물빛향기 2020. 4. 7. 19:04

말과 별             -   신경림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자신과 피나는 싸움 속에서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 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 담는 꿈을.

 

- 기행시집<>(창작과 비평사, 1991)

 

=== 별도 떨어지게 만드는 힘.


- 내 생각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별이 하늘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내게 원해서다.

- 괴테



= 별이 되는 꿈을 꾸지 못할 망정

누군가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