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문학과 지성사, 2009)
=== 생선 중에 고등어를 제일 좋아한다.
어릴적 시골에서 생선 장수 아저씨가 방문하는 날에는 온 동네가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생선인지라, 모두들 군침을 흘린다.
특히 나는 등푸른 고등어를 좋아했다.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릇 - 안도현 (0) | 2020.04.11 |
---|---|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0) | 2020.04.11 |
말과 별 - 신경림 (0) | 2020.04.07 |
우물 - 이영광 (0) | 2020.04.06 |
다행이라는 말 - 천양희 (0) | 202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