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김경주

물빛향기 2020. 4. 8. 21:17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문학과 지성사, 2009)



=== 생선 중에 고등어를 제일 좋아한다.

어릴적 시골에서 생선 장수 아저씨가 방문하는 날에는 온 동네가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생선인지라, 모두들 군침을 흘린다. 

특히 나는 등푸른 고등어를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