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ㅡ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퍼서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 <시인동네> 2017년 5월호
=== 그릇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 그릇은 육체를 상징할 수도 있다.
그릇은 “물질적인 것”만 담고 있는 그릇은 아니고,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그 그릇에 영혼이 담겨 있다.
육체는 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영혼은 나의 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육체는 보이는 나를 결정해 주고,
영혼은 나의 보이지 않는 면을 보여준다.
육체가 아프거나 약해져 있을 때, 영혼 또한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영혼입니까? 육체입니까?
영혼 + 육체 = 연관성, 자력,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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