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포기하다 - 복효근
똥을 쌌다
누렇게 빛을 내는 굵은 황금 똥
깨어보니 꿈이었다
들은 바는 있어 부정 탈까 발설하지 않고
맨 처음 떠오르는 숫자를 기억해두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려운 두 누나 집도 지어주고
자동차를 바꾸고 아내도
아니, 아내는 이쁜 두 딸을 낳아주었으니
남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좀 더 생각해볼 것이다
직장도 바꾸고
물론 시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시인이라는
이름이 버겁기만 하고 머리털 빠지는 그 짓을
뚝심 좋은 이정록 같은 이에게나 맡길 것이다
내일 퇴근 길에 들러서 사올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어디서 로또를 사지
또 뭐라고 말해야 할까 똥 꿈을 꾸었다고 쑥스럽게
그건 그렇고 내가 부자가 되면
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
안 되겠다
로또를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갑부가 되지 말아야겠다
― 시집『따뜻한 외면』(실천문학. 2013)
=== 로또 복권
몇 번 사 본 기억은 있다.
그러나 5,000짜리, 두 번 당첨되고, 나머지는 모두 꽝!!!
그래서 요행을 바라는 복권보다는 조금씩 노력해서 모으는 것이 복임을 알고 이젠 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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