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별 - 신경림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자신과 피나는 싸움 속에서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 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 담는 꿈을.
- 기행시집<길>(창작과 비평사, 1991)
=== 별도 떨어지게 만드는 힘.
- 내 생각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별이 하늘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내게 원해서다.
- 괴테
= 별이 되는 꿈을 꾸지 못할 망정
누군가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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