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나의 마다가스카르 2, 3 - 허연

물빛향기 2020. 5. 31. 20:34

나의 마다가스카르 2                             - 허연

 

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를 록 버전으로 기막히게 불렀던 친구가 마다가스카르 붉은 언덕에 만두집을 냈다. 바오밥 나무가 똬리를 튼 채 처박혀 있는 언덕. 문 닫은 상점 앞에서 나는 야자 껍질을 발로 차며 바보 같은 방언을 되풀이했다.

 

태평성대에 태어나지 못한 친구는 마다가스카르 붉은 언덕에 3평짜리 만두집을 열었다. 친구는 2천 년 전 자기들 부족의 노래를 불렀다. 야윈 여우원숭이 한 마리 황급히 뛰어가고, 길 건너에선 늙은 지주가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긍정이나 희망이 우리를 배신할 거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았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그랬다. 우기가 시작됐고, 목요일이었으므로 우리의 노래는 길고 서글펐다. 백인 몇 명 웃고 있는 철제 광고판에 핏물 같은 녹물이 흘러내렸다.

 

 

 

149 - 1) 나의 마다가스카르                                - 허연

 

그날, 동네 하천이 넘쳤을 대. 어머니는 사람들 만류를 뿌리치고 무릎까지 잠긴 집에 들어가 아끼던 수동타자기를 들고 나왔다. 난 그날 번지점프를 하러갔다.

 

전화기 너머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바오로니 베드로니?” 난 대답했다. “아니오 예수입니다.” 난 그날 마다가스카르로 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육개장을 퍼먹으며 나는 나의 이중성에 치를 떨거나 하진 않았다. 난 그날 야간 비행을 하러갔다.

 

나의 소혹성에서 그런 날들은 다른 날과 같았다.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소혹성의 부족들은 부재를 통해 자신의 예외적 가치를 보여준다. 살아남은 부족들은 시간을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슬퍼진다. 어머니, 나의 슬픈 마다가스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