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십자가 - 윤동주

물빛향기 2020. 5. 31. 20:16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못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 5.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

십자가

 

     민중신학자인 안병무선생은 일제 강점기인 어린 시절 간도에서 교회의 십자가를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누구기에 교회는 2000년 전 십자가에 달려 죽은 한 청년을 기억할까? 이후 십자가의 예수는 그의 삶과 신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됩니다.

 

    박두진 시인은 그의 제자에게, “쉽게 십자가니 보혈이니 글에 쓰지 마세나. 그 단어의 아픔만치 살고 그 삶을 글로 시로 쓰세나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국문학자인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의 십자가에서 핵심은 ‘~처럼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핵심은 ‘~처럼에 있어요. 윤동주가 ‘~처럼이라고 했을 때는 큰 의미가 있어요.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이라고 했지요. ‘처럼을 한 행으로 강조한 시는 세상에 이 시밖에 없는 거 같아요. 대단한 희생을 각오하는 겁니다. 이웃을 위해 피를 흘리겠다는 다짐, 지금 지나친 경쟁시대에 꼭 되살려야 할 나눔의 정신이죠...”

 

    그렇지요오늘날 한국교회는 너무 그 십자가와 보혈을 남용하면서도 그 십자가를 지지 않습니다. 그 십자가의 예수 /처럼 살지 않습니다. 그럼으로 십자가는 더 이상 세상에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더 이상 십자가를 삶속에 담아내지 못하고, 십자가의 예수처럼 살지 않는 교회를 위해,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우리자신을 위해 참회하며, 눈물 흘리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의 삶을 살고 따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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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디아서219~2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