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 나무를 보라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피는 날이 있으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그루 나무를 보라
===
오늘도 시인처럼, 한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하는데,,,
무엇이 그리 바쁜지, 오늘은 여유를 갖고 바라보는 시간을 갖자!
누군가 나무에게 인격을 느낀다면 그는 필시 도인의 경지에 오른 것일 터. 그는 분명 인간을 넘어 자연의 심오한 영역에 가닿은 것일 것. 그는 나무가 숨 쉬는 하늘의 넓이를 더 크게 끌어안고 나무가 마시는 바다의 흐름도 더 깊게 간직할 수 있으니.
그 마음은 곧 우주의 하늘에 가 닿은 것일 터. 보라. 우리들 창가엔 늘 한 그루 나무가 서 있어 우리의 한없이 바튼 삶을 버텨내는 것. 그러나 우리 그를 보지 못하고 일생을 살아가는 게 아닌가.
어쩌면 아둔한 우리 눈에 그건 영원히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것을 보려고 우리 마음을 닦고 눈을 씻으며 온통 이 난리가 아닌가.
하여 누구도 어느 저녁 생의 서늘한 시간 선뜻 다가와 안길 때. 이제 갈참나무 잎 하나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고 그 마음 빈자리 가늘게 쓸어안을 때. 가장 빛나는 건 바로 그 나무의 어깨. 그 어깨에 누구라도 스스로의 어깨 얹어본 자는 알 것이니. 이 세상은 모든 나무가 제 중심 일으켜 세운 작은 집일 터. 인간 자연 우주 나무는 한 정점으로 이이지는 것. 가끔 그대 마음 흔들릴 땐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 나무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느니.
꽃피는 날이 있으면 어찌 또 꽃 지는 날이 없으리오. - 김완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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