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4일차 에세이필사 : “가장 좋은 시간대” <쓰기의 말들, 은유, 유유>
♣ 필사 할 본문
O67 나는 글쓰기가 성취가 아니라 관대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글쓰기를 즐기게 되었다. -브렌다 유랜드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6시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면서 저녁을 준비할 때다. 창밖은 어스름하고 내 손은 바쁘고 싱크대는 온갖 소쿠리와 냄비와 양념 통으로 어지럽다. 나는 내가 지금 누군가의 입에 들어갈 음식을 짓고 있고, 그것으로 누군가 숨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이르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인간은 왜 먹도록 설계되었을까. 모처럼 손수 만든 ‘집 김밥’이 먹고 싶어 김밥 재료를 꺼냈다. 당근 채치고, 시금치 데치고, 계란을 부치고, 밥을 안쳤다. 밥이 다 되는 동안 커피 한 잔 내려 마셨다. 칙칙칙 압력 밥솥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느긋함을 즐긴다. 준비는 번거로워도 좋은 결과가 보장된 음식. 종내는 다 먹어 치울 것들. 김밥은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글 쓰는 것은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니 될 수도 있는데, 밥 짓는 것은 ‘반드시’ 도움이 된다. 그게 왜 사는지 모르겠는 불확실한 삶에서 잠시나마 명징한 위안을 준다. 문득 김밥 같은 글을 쓰고 싶어진다. 결과물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우는 글. 좋은 음악과 기분으로 몸 상태를 조율하고 내 맛있는 김밥을 남에게도 먹여 주고픈 마음으로 쓴다면, 한 편의 글이 김밥 한 줄의 구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문장 분석
- 하루 중 좋아하는 시간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김밥’을 만드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 김밥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밥 짓는 것은 ‘반드시’ 도움이 된다면서 ‘김밥 같은 글을 쓰고 싶어진다.’는 소망을 피력합니다. - 김밥을 소재로 ‘글 쓰는 것’에 대한 인식을 담백하게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 한 줄 essay : 샘들은 하루 중 어떤 시간대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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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하기
♣ 단상)
- 창밖은 어스름하고 내 손은 바쁘고 싱크대는 온갖 소쿠리와 냄비와 양념 통으로 어지럽다.
- 인간은 왜 먹도록 설계되었을까.
- 칙칙칙 압력 밥솥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느긋함을 즐긴다.
- 김밥은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 문득 김밥 같은 글을 쓰고 싶어진다.
- 한 편의 글이 김밥 한 줄의 구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한 줄 essay : 가장 좋은 시간대.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대는 나에게는 없다. 그래도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나만의 공간인 3-4칸에서의 책 읽는 시간(한 1기간 소요)이 아닐까 한다. 지하철의 복잡함 속에서 책 읽다가 졸리면 쪽잠도 자면서 집에 도착한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그날 읽은 분량을 정리하며, 잠깐의 가족과의 대화를 나누고 행복한 꿈나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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