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나를 찾는 여행(수필)

그늘 아래, 이름 없이

물빛향기 2025. 5. 8. 16:40

그늘 아래, 이름 없이

"햇살 아래, 그늘 되어주신 당신께 드리는 고백"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마음의 글.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친구, 연인, 동료, 선생님…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곁에 있었으면서도 가장 쉽게 지나치는 이름, 바로 ‘부모님’이라는 존재입니다.

 

     어릴 적엔 그 존재가 너무나도 당연했기에 고마움보다 기대가 앞섰고, 배가 고플 땐 밥이 나왔고, 추우면 따뜻한 이불이 덮여 있었으며, 울면 어느샌가 다가와 등을 다독여주는 손길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을 가능하게 한 이들이 부모님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모른 채 지나쳤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랑은 말로 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깊었고, 그 손길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따뜻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부모님의 손등이 유난히 거칠고 검게 느껴졌습니다.  한때는 그 손이 왜 그렇게 상했을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알 수 있습니다.

 

"말없이 나를 지켜준 그 손, 이제는 제가 잡아드릴 차례입니다."

 

     그 손으로 수없이 나를 안고, 업고, 어루만지며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삶의 길을 내어주셨다는 것을요. 당신은 햇살이 뜨거운 날이면 나를 가려주는 그늘이었습니다. 나는 그늘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 채 걸었지만, 당신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햇빛도 바람도, 비도 대신 맞아주셨지요.

     삶이 거칠고 모질어 넘어지던 날들에도, 당신은 조용히 기도하며 곁을 지켜주셨습니다.  혹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묵묵히 열어주셨지요.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모든 길 뒤엔 당신이 있었습니다.  삶이 고단한 날에도, 꿈이 흐릿한 날에도 늘 믿어주셨고, 포기하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고운 말보다 굳은살 박힌 손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괜찮아", "너를 믿는다",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그

손이, 당신이 직접 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사랑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요.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렵게 마련한 작은 선물과 카드 한 장보다 더 오래 남는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살아 있어 주셔서.
          그리고 한 번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당신이 있어 나는 버틸 수 있었고, 당신이 있어 나는 지금도 따뜻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때로는 마음이 지치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오늘처럼 당신의 등을 조용히 떠올릴 것입니다.  그 속에는 내가 살아온 날들이 숨 쉬고 있고, 당신이 건네준 모든 사랑이 여전히 나를 지켜주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