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물들어가는 인생(자작)

시장

물빛향기 2018. 5. 5. 21:23

시장


                                                          - 예진아씨 -


가능한 천천히 걸으며

보이는 걸 놓치지 않으려 한다.

우울한 날이면

더욱 더 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달리 살 물건이 없더라도.


생선가게 총각은

물고기와 더물어 펄떡 튀어 오르며

'물 좋은 생선'이라 외쳐댄다.

총각에게선

씻어도 씻어도 비린내가 나려나?


시장 한 모퉁이

뜯어 온 푸성귀가 팔리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눈빛과 마주하면

나의 힘겨움이 사치였다는 뉘우침으로 아득해지고,


잘 정돈된 야채가게에 눈이 멈췄다가

서둘러 지나쳐

두 번이나 더 덤을 주시는 모퉁이 할머니에게로 간다.


바싹 마른 손에

몇 푼이나 쥐어서 가실 런지.


                                                                                                  - 나를 완성하는 마음여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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