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 예진아씨 -
가능한 천천히 걸으며
보이는 걸 놓치지 않으려 한다.
우울한 날이면
더욱 더 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달리 살 물건이 없더라도.
생선가게 총각은
물고기와 더물어 펄떡 튀어 오르며
'물 좋은 생선'이라 외쳐댄다.
총각에게선
씻어도 씻어도 비린내가 나려나?
시장 한 모퉁이
뜯어 온 푸성귀가 팔리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눈빛과 마주하면
나의 힘겨움이 사치였다는 뉘우침으로 아득해지고,
잘 정돈된 야채가게에 눈이 멈췄다가
서둘러 지나쳐
두 번이나 더 덤을 주시는 모퉁이 할머니에게로 간다.
바싹 마른 손에
몇 푼이나 쥐어서 가실 런지.
- 나를 완성하는 마음여행'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