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자화상 - 윤동주

물빛향기 2019. 11. 6. 21:53

10)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중 전문

 

 

 

=== 고향집에 어릴적 우물가에서 놀던 추억이 떠올라네요.

다시 한번 보고 싶지만 지금은 지하수로 사용하고 있어서 우물을 볼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