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바다횟집 - 김경주
그 집은 바다를 분양 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놓고
일 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꼭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들러 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받는다
- 시선집<시는 아름답다>(오광수, 사과나무, 2004)
=== 2018년 여름 휴가 때,
대구 ~ 부산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부산 송도 해수욕장, 어느 횟집에서 <물회>를 먹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뭐 때문인지 몰라도 배탈이 나서,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귀가 한 생각이 난다.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시인의 말처럼,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요,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알고 싶어지네요.
또 하나,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시인의 표현이 참 아름답고, 이 표현이 막 잡힌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거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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