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 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그렇지 - 정호승
남편한테 다른 이야기는 다 해도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하면 안 되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부부가 아니지
아버지만 외로운 게 아니라 남편도 외로운 시대에
아버지의 눈물만 한강을 이루는 게 아니라
남편의 눈물도 한강을 이루는 시대에
연애를 시작했더라도 짐짓 모른 척해야지
그 모순 속의 갈등을 이겨내야지
그래야 부부는 눈물이지
악연이 아니지
그래야 결혼도 외롭지 않지
---> 문정희 시인의 "남편"에 대한 정호승 시인의 답글 시.
=== 한 솥밥 먹는
한 이불 속에 있는
친구같은
웬수인가 했더니 사랑하는
악연 같은 인연이 된
잠 못 이루는 연애했던
세상에 제일 가깝고 제일 먼 아내.
사랑해!
매일은 못해도 가끔은 하는 나의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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