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소금 - 장석주

물빛향기 2020. 1. 6. 18:41

소금                  -  장석주


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처럼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을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한 끝에 생긴

저 단단한 물의 흰 뼈들

저것이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다


염전에서 익어가는 흰 소금을 보며

고백한다, 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나는 여기 얼마나 오래 고여

상실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아주 오래 깊이 아파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 시집<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들녁, 2002)


===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바닷물 : 물의 흰 뼈들 = 흰 소금

- 땡볕 - 한 방울의 물 - 물의 흰 뼈들 - 물의 석류 - 흰 소금 - 고백

- 고백 - 증오 - 아픔 - 상실 - 사랑 - 사람.


===> 아픔만큼 성숙하는 것이 아닐까요?

바다는 엄마 품 속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땡볕을 이기고, 바람과 파도를 이기고 사람을 품고

단단한 물의 흰 뼈들,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 익어가는 흰 소금의 한 알 한 알에 담겨진

수많은 아픔과 시련, 상실, 증오가 전해오는 엄마의 사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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