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노동의 새벽 - 박노해

물빛향기 2020. 1. 7. 21:40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 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 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져진 육신에

또 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별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 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 시집<노동의 새벽>(풀빛, 1984)


===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또 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노동자의 햇 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나도 새벽 일찍 출근, 밝은 내일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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