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익어가는 하루(필사)

서울 대공원 - 황인찬

물빛향기 2020. 1. 8. 21:56

서울대공원                        -  황인찬


모르는 새들로 가득한 거대한 새장

우는 소리, 푸드덕 소리, 전부 뒤섞이며 이상한

완벽함을 서사한다


Do not feed this animal

경계선에 매달리거나 안으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우리 안에 있는 것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있다


흰 공작을 보며 신이 있다면 저런 게 아니었을까, 네가 말했고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


오래 들여다보면 소리를 지르고 펄쩍 뛸 것 같았다.


그러니 잠깐만, 눈을 감아 보세요.

신성을 망치지 마세요


우리 밖에 쓰인 말을 따랐다.

입구와 출구가 나란한 길을 따랐다.

걷다가 잠깐 졸기도 한 것 같았댜


그래도 오늘은 좋았지, 그동안 안 좋았던 일들은 모두 잊자

그렇게 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인생이라는 것도, 새롭지 않은 인생

이라는 것도 다 시작되는 것 아닐까

의외로 따뜻한 흰 공작을  쓰다듬으려 네가 말했다


돌아온 방에 누웠을 때, 잠든 너의 숨소리가

조용한 실내에 울려 퍼졌는데

그것이 고맙고 징그러웠다


   - 시집<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


=== "그래도 오늘은 좋았지, 그동안 안 좋았던 일들은 모두 잊자!"


동물 보호도 좋지만,

아이들의 교육상 동물원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상을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게 사람이고,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새일지도 모를 일을 상상해 봅니다.

'독서이야기 > 익어가는 하루(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벗어놓은 스타킹 - 나희덕  (0) 2020.01.11
강아지풀에게 인사 - 나태주  (0) 2020.01.09
노동의 새벽 - 박노해  (0) 2020.01.07
소금 - 장석주  (0) 2020.01.06
남편 - 문정희  (0) 2020.01.05